'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 "3,4편도 만들고 싶어요"

양유창 2018. 1. 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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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앤-168] '신과 함께-죄와 벌'이 개봉 16일 만에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더니 23일 만에 1200만명도 넘어섰다. '신과 함께'의 폭발적인 흥행 덕분에 2017년 한국 영화는 점유율 50%를 단숨에 회복했고, 극장 관객 역시 2억190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 편의 영화가 침체된 한국 영화계 흐름에 엄청난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김용화 감독으로서도 '미스터 고'(2013년·130만명)의 부진을 털고 다시 한 번 흥행감독으로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막 돌파한 지난 4일 서울 상암동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김용화 감독을 만났다. 그는 이날만 해도 4개 매체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김용화 감독 / 사진=양유창 기자

Q '신과 함께'가 2018년 첫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했다. 소감은?

A 광풍이 불었다 할 정도로 너무 빠른 시간에 사랑을 받게 돼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2편도 남아 있어서 부담도 크다.

Q '신과 함께' 흥행 비결 세 가지를 꼽는다면?

A 첫 번째는 원작 웹툰의 탄탄한 스토리, 두 번째는 강하고 진한 드라마, 세 번째는 한국의 기술력이다.

Q 감독이 생각하는 '신과 함께' 명장면은?

A 덕춘(김향기)이 마지막에 자홍(차태현)을 변론하려고 염라(이정재)와 설전을 벌이는 순간을 매우 좋아한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어린 보조 변호사가 2시간 동안 의뢰인을 위해서 목놓아서 변호한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신과 함께'가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가 될 수 있을까?

A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과 비교하면 사실 예산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영화들이라서 역부족이긴 한데, 일부 재밌게 보신 관객분들도 있으니까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신과 함께'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레벨업을 해야 한다.

Q '신과 함께' 2편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A 50~60% 정도 마쳤다. 촬영은 이미 끝났고 편집도 절반 정도 마친 상태다. 여름 개봉을 위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 편집 과정에서 돌이켜보니 1편과 2편 촬영을 동시에 한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좀 더 잘 찍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다.

Q 영화 제작자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3편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A 만약 하게 되면 3편과 4편을 동시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Q 조금 전에 1, 2편을 동시 촬영한 것을 후회한다고 하지 않았나?

A 그건 3, 4편은 내가 안 하면 되니까(웃음).

Q 그럼 3, 4편은 연출 안 하는 건가?

A 아, 꼭 그건 아니고… 요즘은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긴 하다. 아직 제안은 받지 못했는데 (제안이 오면)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용화 감독 / 사진=양유창 기자

Q '미스터 고'의 실패 이후 어떤 생각을 했나?

A 개인적으로는 좀 오만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당시에는 내가 무슨 영화를 한다고 해도 다 투자가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야구를 한다'라는 두 가지 난제에 중국과의 합작이 겹쳐 영화가 점점 더 어려워졌는데… 세상에 모든 일은 양면을 띠고 있지 않나. 흥행적으로는 참패를 겪었지만 한편으론 한국 영화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도 많이 느꼈다. 그러면서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좀 더 보편적이면서 우리 생활을 관통할 수 있는 얘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시각적 쾌감을 강조하면 세계 시장에 노크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했다. 그런 면에서 '미스터 고'는 나에겐 정말 귀중하고 소중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관객들에게까지 재평가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Q 연출한 다섯 편 중 네 편을 흥행 성공시킨 상업영화 감독으로 타율이 대단히 높다.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A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지는 전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고, 이 정도 이야기면 나도 재밌게 연출할 수 있겠다는 것을 관객이 때맞춰 좋아해 주는 거다. 만약에 알고 맞힌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오만한 얘기는 없을 것이다. 나는 심리적 고통이든, 육체적 고통이든, 사회적 경험이든, 학식이든, 교양이든 관객이 나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보고 시나리오를 쓴다. 어떤 부분은 조금 유치하게 보이더라도 '우리 관객이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 주실거야' 하면서 임한다. 또 영화의 연령별 타깃층도 중요하다. '12세 이상 관람가'라면 부모 동반 전체관람가에 해당하니까 묘사에서는 잔혹하거나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걷어낸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원작보다 가족 이야기가 강조됐다. 엄마가 장애인으로 설정됐고 원귀가 주인공의 동생으로 바뀌었다. 원작의 담백한 맛을 해쳤다는 평가도 있는데?

A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관객 성향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안될 걸 뻔히 알면서 승부수를 던지는 바보가 어디 있겠나.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모니터링을 수없이 많이 한다. 거기서 절대 다수의 관객 의견이 어떤지가 중요하다.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난도질 당하기 딱 좋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누구를 가장 보고 싶을까.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그래서 가족 이야기를 강조한 것이다. 웹툰에 있던 요소들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드라마를 강조하는 결단은 누가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두 시간 동안 감정이 휘몰아치는 영화를 보고 싶지 단일한 레이어를 가진 영화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Q 감정이 휘몰아치는 영화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A 나는 그게 너무 중요하다고 본다. 생각해보면 관객은 귀중한 시간을 내서 (극장에) 오는데 만약 필사적이지 않은 인물이 나오면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 원작에선 소시민의 소소한 삶을 에피소드화해서 통찰이 더 엿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나리오로는 영화 못 들어간다. 나한테 연출 제안이 왔을 때도 이미 30고 이상의 원고 버전이 있었는데 전부 원작과 똑같이 해보려다가 실패한 것이다. 그건 주호민 작가의 세계관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내 버전은 관객에게 두 시간 동안의 감정 드라이브를 하는 거다. 대중영화의 미덕은 아주 절실한(desperate) 인물을 가져다 놓고, 그 인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거다. 단점 없는 영화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단점을 보강하려고 메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는 강점을 좀더 부각시켜서 단점을 안보이게끔 하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작법 아닌가 생각한다.

Q 과도한 신파라는 비판도 있다.

A 신파는 호불호가 되게 분명한 장치다. 그것을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받아들이면 감동으로 다가오는 거고, 뭔가 억지스럽고 말이 안 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해지는 거다. 이 영화가 단순하게 단일한 슬픔만을 강조한 것이냐,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의 반발은 셀 것이다. 근데 거기에 기대어 감정을 좀 더 밋밋하거나 약간 건조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삶과 죽음을 가지고 재판을 받아야 하는 전체 스토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작 팬들은 '원작은 이래서 좋았는데….' 그렇게 말하지만 웹툰의 관용성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에서 10초만 그렇게 하면 관객들은 그냥 감정 빼버린다. 영화가 그렇게 어렵다.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김용화 감독 / 사진=양유창 기자

Q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20년 전 할리우드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1998)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며 혹평했다.

A 그분의 평은 못 읽어봤다. 이동진 평론가와 한두 시간 동안 CG에 대해 얘기하면 아주 재미있는 토론이 될 것 같다. '신과 함께'의 VFX는 예산 대비 할 수 없는 게 많다. 자연의 풍경과 합성한다든지, 물의 렌더링이라든지, 불의 요소라든지…. 나는 그렇게 뒤처진 기술이라고 보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사전 평가를 받아봤다.

Q 비판 중에는 왜 CG에 클로즈업이 없느냐는 부분도 있다. 모든 숏이 익스트림 롱숏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CG에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A 이 질문은 좀 당혹스럽긴 한데…. 클로즈업은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4K 이상으로 렌더링을 걸기 때문에 자신이 없어서 안 넣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접사가 더 쉽다. 원귀의 얼굴을 좀 더 리얼하게 보여준다든지 하는 게 오히려 더 쉽다. 아무튼 (뉴질랜드의 비주얼 스튜디오) WETA나 (조지 루카스의) ILM에 이 예산에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면 답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용화 감독 / 사진=양유창 기자

Q '신과 함께' 속편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속편은 어떤 이야기인가?

A '신과 함께' 1, 2편은 '용서'와 '구원'이라는 화두를 4시간에 걸쳐서 풀어내는 작품이다. 이거 하나만 잘 성취해도 대중영화로서 미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2편은 용서와 구원의 확장판이라고 보면 된다. 1편에서 모든 캐릭터가 세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2편에선 캐릭터 빌딩보다는 좀 더 재미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꼭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염라(이정재)는 왜 해원맥(주지훈)으로 변해서 강림차사(하정우)를 시험하는 건가?

A 그 해답은 2편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 정도 궁금증은 관객에게 던져주고 싶었다. 시나리오 과정에서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 논쟁이 많았다. 차사들은 왜 과거를 기억 못하고, 염라대왕은 왜 내려왔을까? 그건 2편을 보고 평가해 주길 바란다.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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